보스턴 교외의 한 말 농장 가장자리, 목초지가 숲으로 바뀌는 지점에 시추공이 뚫렸다. 크레인이 반 미터 길이의 원통형 전극을 시추공 안으로 내리고, 같은 깊이의 두 번째 전극이 맞은편에 고정된다. 지상의 고전압 발생기 두 대가 두 전극에 펄스를 쏘면 바위 사이에서 미세한 균열이 만들어진다. 에덴 지오파워는 이 기술을 ‘전기 저장층 자극’이라 부른다. 회사 슬로건은 “우리는 전기로 바위를 깬다”다.
이 실험의 목표는 지하 암석층을 수소 반응기로 쓰는 일이다. 물이 철이 풍부한 암석에 닿으면 철이 산화하면서 수소가 나오고, 균열은 물이 그 철 광물까지 흘러가는 통로가 된다. 바위를 깨는 건 수소 생산의 전 단계인 셈이다. 이 내용은 IEEE Spectrum의 보도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에너지 생산은 전통적으로 중앙 발전소에서 시작해 전력망을 타고 소비자에게 흘렀다. 지하 수소 반응기는 이 흐름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 지역의 지하 암석이 각각의 작은 생산 노드가 되고, 그 생산 지점이 수많은 노드처럼 퍼질 수 있다. 중앙 서버 하나가 아니라 노드들이 서로 연결되는 P2P 네트워크 구조와 닮은 셈이다.
물론 아직 실험 단계여서 이렇게 바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가능성을 상상해 보면, 생산지가 분산되면 수소 거래나 배분도 중앙 허브가 아닌 노드 사이의 직접 연결로 이뤄질 수 있다. 분산 물리 인프라(DePIN) 관점에서 보면 지하 암석은 관리 주체를 지역 단위로 나눌 수 있는 일종의 공유 인프라 후보다.
수소는 오래전부터 ‘미래의 연료’로 불렸지만,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2024년 전 세계 수소 수요는 약 1억 톤이었고, 이는 세계 연간 에너지 소비의 약 3%에 해당하는 에너지양이다. 그런데 현재 가장 저렴하고 흔한 제조 방식은 스팀과 메탄을 반응시키는 방식이라 온실가스 배출을 피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하면 탄소 없는 수소를 만들 수 있지만, 비용이 높아 상업화가 더디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지하에 자연적으로 묻힌 수소를 찾거나, 인위적으로 지하에서 수소를 만드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에덴의 실험은 후자, 즉 자극 지질 수소의 초기 사례다.
내가 PonsLink 초기 MVP를 만들며 느낀 건, 분산 시스템의 본질은 기술보다 신뢰와 운영이라는 점이다. 지하 수소도 마찬가지다. 암석을 깨는 건 실증됐다고 해도, 균열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가는지, 수소가 지표로 새지는 않는지, 여러 생산 노드의 출력을 어떻게 정산할지가 진짜 난제다.
소프트웨어 P2P는 실패하면 재시작하면 되지만, 지하 인프라는 실패 비용이 훨씬 크다. 그렇기에 이 분야는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고 노드 간 상태를 동기화하는 통신 기술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분산 네트워크 기술이 역할을 찾을 수 있다는 게 내 판단이다. 물론 현재로선 시장도 기술도 초기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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