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EE Spectrum이 2026년 8월 26일 보도한 ‘중국의 에르븀·이트륨 장악이 데이터센터 성장을 조일 수 있다’는 기사를 보자. 중국은 2025년 4월과 10월에 에르븀과 이트륨을 포함한 12개 희토류 원소에 수출 제한을 도입했다. 일부 원소에 대한 제한은 2025년 11월 1년간 유예됐지만, 이트륨은 계속 제한 대상이고 실제 미국행 선적도 지난해 대비 약 75% 줄었다.
이트륨은 제트 엔진과 연소 터빈 블레이드가 뜨거운 열을 견디도록 돕는 열차폐 코팅의 핵심 재료다. 에르븀은 광섬유 케이블에서 광 신호를 증폭하는 증폭기에 쓰인다. 두 원소 모두 눈에 띄는 시장은 아니지만, 데이터센터 전력과 전 세계 인터넷 연결이라는 기반 인프라에 각각 얽혀 있다.
요즘 미국에선 데이터센터, 특히 AI 트레이닝과 추론을 위한 초대형 ‘하이퍼스케일’ 시설 전력 수요 때문에 연소 터빈 수요가 사상 최고치다. 천연가스 터빈이 데이터센터 전력을 감당하는데, 터빈 블레이드가 수천 도의 가스를 견디려면 이트륨이 들어간 열차폐 코팅이 필요하다. 즉 데이터센터가 커질수록 이트륨 공급망에 기대는 정도는 더 커진다.
에르븀은 광섬유 증폭기 재료다. 인터넷 트래픽은 결국 광케이블을 타고 대륙을 오간다. P2P 노드들이 WebRTC로 미디어를 주고받는다 해도, 그 패킷은 데이터센터와 장거리 광통신 인프라를 통과한다. 에르븀 공급이 멈추면 실시간 연결의 물리적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 이건 ‘분산’ 문제가 아니라 ‘물리 계층’ 문제다.
재미있는 지점은, 데이터센터 병목을 보면 흔히 ‘컴퓨팅 자원을 분산하면 되지 않나’라고 말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희토류 이슈는 그런 소프트웨어적 해법으로 바로 풀리지 않는다. 광섬유 증폭기와 터빈 코팅은 물리·화학적 공정이고, 중국이 광석 가공을 사실상 독점한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그래도 P2P 관점에서 이 사건은 스트레스 테스트로 읽을 만하다. P2P 네트워크의 핵심 질문은 ‘특정 거점이 죽어도 전체가 동작하는가’다. 거점이 죽는 이유는 전력 부족일 수도, 칩 수출 제한일 수도, 이트륨 선적 차질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든 단일 지점에 대한 의존성이 곧 취약점이다. 분산 시스템 설계자는 이트륨 같은 소재 공급망까지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PonsLink와 PonsWarp를 만들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P2P가 결국 ‘물리 세계와의 거리’ 문제라는 점이다. WebRTC 연결을 최적화하고 시그널링 지연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쓰는 모든 서버는 전기로 돌고, 전기는 터빈으로 만들고, 터빈은 특정 광물 공급망에 묶여 있다. 서비스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분산돼 있어도 물리 기반이 중앙화되어 있으면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분산 네트워크를 설계할 때는 ‘어느 계층까지 분산할 것인가’를 따로 봐야 한다. 애플리케이션 계층에서 노드를 분산하는 것과, 전력과 소재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은 시간 규모와 결정 주체가 다르다. 당장은 후자를 우리가 바꿀 수 없다. 다만 실시간 네트워크를 운영한다면, 특정 국가의 수출 규제가 자기 인프라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미리 그려둘 필요는 있다.
IEEE Spectrum 기사는 오는 11월 중국이 수출 제한을 연장할지, 아니면 일부 유예를 해제할지가 아직 변수로 남아 있다고 전한다. 어떤 선택이 나오든, 중앙화된 공급망은 정책 하나만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된 셈이다.
P2P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중요한 자원이 한 곳에 몰려 있을 때 위험이 커진다’는 원리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준다. 특히 P2P 서비스는 중계 서버를 최소화하는 대신 실제 네트워크 연결에 더 직접적으로 기대기 때문에, 이트륨이나 에르븀 같은 소재 이슈를 남의 일로 보면 안 된다. 뉴스를 단순히 소비하는 대신, 우리가 구축하는 네트워크의 어느 부분이 그런 단일 지점 위에 서 있는지 점검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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